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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할머니 주름 속에 보석같은 창작의 소재가

어르신 혹은 노인, 누군가의 할아버지·할머니, 때로는 ‘꼰대’로도 불린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주 잊는다. 노인 한 명 한 명의 삶 속에는 살아온 세월만큼의 부피를 가진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연초부터 TV와 라디오를 통해 방송중인 공익광고 ‘실버톡(Silver Talk)’은 ‘노인은 위대한 스토리텔러’라고 선언한다.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힌트를 건네줄 노인들의 지식과 경험에 귀를 기울이자는 제안이다.


19일 열린 ‘실버톡 콘서트’에서 ‘그랜드 파파마마 극단’의 단원들이 아동 성폭력 예방을 주제로 한 

인형극을 선보이고 있다. 원래 극단에는 할아버지 단원들도 있었지만, 현재는 할머니들만 활동 중이다. [강정현 기자]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디자이너스 라운지’에는 색다른 자리가 마련됐다. 이 광고에 출연중인 4팀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작곡·일러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인 젊은 크리에이터 46명이 모였다. 양로원의 80대 노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양경복(70)씨, 아동성폭력 예방을 주제로 한 인형극을 공연하는 ‘그랜드 파파마마 극단’ 멤버들, 인터넷 매체 실버넷뉴스의 송선자(73) 기자, 그리고 유치원에서 전통놀이를 가르치는 황한규(77)씨가 손주뻘 젊은이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처음엔 다소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할머니·할아버지 강사들의 거침 없는 입담에 회장에는 이내 웃음이 퍼졌다.  

 

◆세대갈등, 소통으로 푼다=첫 연사로 나선 양경복 할아버지는 30년 간 공업고등학교에서 기계과 선생님으로 일했다. 토크에서 그는 아이들을 엄하게 대해 ‘양칼’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는 이야기, 불법유턴을 했다가 경찰이 된 제자에게 붙잡혔던 민망한 기억 등을 털어놨다. ‘그랜드 파파마마 극단’의 평균나이 71세 할머니 배우 6명과 유치원 선생님 황한규 할아버지는 나이를 잊은 천진한 표정과 말투로 객석을 놀라게 했다. 임오희(76)씨는 “아이들 목소리로 연기를 하다보니 점점 젊어지는 느낌이 든다. 이 나이에 애교도 많아졌다”며 웃었다. 황한규씨도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르치기 보다는 같이 어울려 노는 기분”이라고 했다.


여고생 시절 품었던 기자의 꿈을 칠순이 다 되어 이뤘다는 송선자씨에게는 “오랜 기간 꿈을 지켜올 수 있었던 힘이 뭐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모든 걸 쉽게 포기하는 것 같다. 어려움에 부딪치면 조금 돌아서 가라. 꿈을 놓지 않고 가다 보면 언젠가 그 곳에 도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인 한 명은 하나의 도서관=이날 행사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공익광고협의회와 광고기획사 제일기획이 공동으로 준비했다. 프로젝트 전반을 기획한 제일기획의 김홍탁 마스터는 “우리 어르신들에게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걸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실버톡’ 캠페인을 통해 노인과 젊은이들이 물리적으로 만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 화학적인 섞임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젊은 아티스트들은 강연에서 받은 영감을 글과 그림, 음악 등으로 풀어낼 계획이다. 시각디자인을 공부하는 임윤경(27)씨는 “노인들의 삶은 무료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실로 버라이어티’ 하게 사는 분들이 진정 ‘실버’구나 싶었다. 이 감동을 일러스트로 재밌게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과물은 2월 22일부터 3월 10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더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를 통해 소개된다. 

 

원문보기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0468309&cloc=olink|article|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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